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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이야기

비터스위트, 왜 인생은 달콤씁쓸의 반복인가

by 폴씨의 독서 2024. 2. 1.

비터스위트, 왜 인생은 달콤씁쓸의 반복인가

우리 중 3분의 1은 슬픔과 비애 같은 '부정적' 감정을 가진 것에 자책감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자녀 등 사랑하는 이들에게까지 그런 비난을 가한다." - 들어가는 글 21페이지

 

비터스위트
비터스위트

 

 

비터스위트 : 슬픔은 감추고 기쁨은 적당히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다. '슬픔'은 감추고 '기쁨'은 적당히 표현해야 할 것 같은 잠재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슬픔' 생각만 해도, 단어만 읽어도 그 감정이 밀려온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처럼. 그러나 왜 우리가 이 슬픔이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다 보면 사회적 분위기, 가족의 환경, 부모님의 태도 등등 나를 둘러싼 각종 환경으로부터 주입받은 것이 그 이유였다. 슬프면 안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있다. 슬프면 나약해 보이고 쉬워 보이고, 상대방에게 취약해 보인다는 무의식이 깊이 존재한다. 그러나 왜 우린 슬프면 안되는 걸까? 정말 안될 일이면 그런 감정을 갖고 태어나질 말아야 하는데. 분명 '슬픔'이란 감정은 인간 고유성이다. 그건 다시 말하면 표현해야 마땅한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감정들을 사회적인 분위기와 무의식적으로 교육된 것에 의해 억누르면 유한한 인생을 100퍼센트 발휘하지 못할 것 이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너무도 감추고 싶었다. 가진 것 없던 어린 시절엔 세보이고 싶었다. 못사는 것을 감추기도 바쁜데 슬픈 모습까지 보인다는 건 내 연약한 약점을 날것 그대로 오픈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아. 그랬나보다. 그래서 더 부정적인 감정을 저 밑에 꽁꽁 묶어뒀었나보다. 그런데 사실 지금은 공유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다.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어떻게 긍정적일 수만 있을까. 어떻게 항상 기쁠 수만 있을까. 당연히 슬픔과 좌절, 분노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도 있을 수 있는데. 사실 '부정적'이란 표현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정이면 감정인 거지... 굳이 왜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버리는 걸까 싶어서.
그저 여러 감정 중에 하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본다. 그리고 조심스레 나눠볼 것을 다짐해 본다. 우선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내 남편과 아이부터 나의 슬픔을 나눠보려한다. 이것이 시작이 될 것 이란 생각이 든다. 

책의 말처럼, 더 이상 슬픔이란 감정을 숨기고 감추고 억누르고 아닌척하는 게 아니라,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할 게 아니라 이제는 꺼내놓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상대방도 슬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그에게도 아픔이 있고 쓰라린 상처가 있기에. 또한 앞으로 닥칠 많은 슬픈 것들에 대해서도 실컷 표출하고 나눌 수 있게 마음의 길을 터줘야한다. 그래야 더 건강한 관계로 평생 함께 갈 수 있다. 

 

비터스위트 :  슬픔과 절망의 감정들


슬픔과 절망의 감정들은(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의 감정 역시) 결국 우리의 유대를 위한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들 중에서도 슬픔이야말로 궁극적인 유대 매개였다. - Part1 37페이지

이렇게도 중요한 감정이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과거들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씩씩하고 밝고 배려심 많은 아이가 나의 주된 컨셉이었기 때문에(자의 반 타의 반) 사실은 너무 힘들 때도 힘들다는 말조차 못 하고 살았다.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만 이 책은 당연한 감정들에 대해서 많은 용기와 힘을 준다. 그래도 된다고. 당신이 생각한 대로 해도 된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티비를 보거나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면서 나 또한 눈물을 흘리면서 위로를 건넸던 것 같다. 어쩌면 다른 그 어떤 감정들보다 '슬픔'이 훨씬 더 궁극적인 유대 매개라는 말이 진짜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흘리고 슬픔을 이야기한다는 건 내 속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만큼 상대를 믿는다는 의미로 전달이 되는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그런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신이 갈망하는 것은 뭔가? - 맺는말 341페이지

책을 덮기 직전 이 한 문장이 뇌리에 꽂힌다. 내가 갈망하는 것은 뭘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어떤 것들을 갈망하고 원하고 바라고 좋아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인생이란 정말 이 핵심 질문을 끊임없이 해 나가며 나만의 답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이지 싶다. 나는 무엇을 갈망하는 걸까? 갈망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나와 내 가족의 순수하고도 진한 행복이다. 

 

얼마전 주말에 집에서 신랑과 아이와 평소처럼 쉬고 있는데, 신랑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 이렇게 함께 하는 순간에 정말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게 진정한 휴식인것 같아.' 라고. 신랑도 나도 그날 명확하게 느꼈다. 우리의 행복을. 우리의 진짜 행복은 함께 있을 때 무한해 짐을 둘이 동시에 느낀 것이다. 

 

인생은 답도 없고, 한치 앞도 모르고,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진 당연히 더 모르겠지만. 그런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더 큰 소중함과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상상한 미래가 현실이 되는 순간마다 행복이 차오른다. 그렇게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길임엔 분명하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오른다. 티비속에 배우 윤여정이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배우 윤여정이 그랬다. 나도 60대가 처음이라고. 그래서 나도 잘 모른다고. 그저 모든 것이 처음이라고. 그게 인생이라고.



소중한 내 인생, 단 한 번뿐인 내 인생. 귀하디 귀한 나. 그 누구도 아닌 나. 내가 나를 진정으로 바라봐 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감정을 받아주고 원하는 것들을 찾아주는 게 진정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이 책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우연히 찾아온 서평의 기회로 다시금 내 삶을 온전히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책. 


달콤 씁쓸한 삶에 물음표가 던져진다면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