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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이야기

책과 날씨, 난 어떤 날씨도 좋더라.

by 폴씨의 독서 2024. 2. 2.

책과 날씨 : 참 감정적이었던 나



나도 그날 그날 기분이 참 많이도 달랐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늘은 이래서 이렇고, 어제는 저래서 저렇고, 이러쿵저러쿵, 구시렁구시렁, 불평과 불만도 참 많았지. 어느 정도였냐면,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 하나하나 보면서 쟤는 눈을 했고 코를 했고 원래 성격이 어떨 것이고, 이중인격일 것이다 등등 시각 자체가 참 부정적이었다. 밝음 뒤에 그늘이 있었다. 아마도 충족되지 못한 많은 욕구들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그때도 나고 지금도 나지만 그때는 그것대로 나였음을 인정해 주고, 나는 지금의 나를 더 많이 사랑해 주려 한다. 

 

 

책과 날씨
책과 날씨

 

옛날엔 반응형 인간이었다. 다시 말해 어떤 외부의 영향에 의해 순간적인 감정으로 '반응'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상당히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스스로가 피곤했다. 그렇게 살 때는 '반응형'인 것도 몰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반응하기보다 '대응'하고자 한다. 순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건 되도록 피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한템포 감정의 반응이 느려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져 갑작스레 마음의 물그릇이 흙탕물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감정에 '반응'하기 보다는 '대응'하는 자세가 나를 더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책과 날씨 : 계절 따라, 날씨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부러 그러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어떤 날씨든 너무 좋은 내가 나는 너무 좋다. 그때그때 날씨에 맞게 장점이 많으니까 그걸 찾으며 기분이 항상 좋아지곤 한다. 어쩌면 어떤 탓을 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기분이 이런 건 어떠어떠한 날씨 때문이야라고 말하기가 싫은 거. 굳이 그래봐야 의미 없음을 알고 있다. 그냥 지금 현재에 굉장히 집중하며 몰입한다. 내가 살아있으니, 이렇게 숨 쉬고 있으니,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외부적인 것은 크게 또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또한 마찬가지로 계절이나 날씨라는 외부 상황을 나의 내적인 상황의 이유로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외부탓을 하다보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계절과 날씨는 그 자체로 온전히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계절과 날씨마다 매력들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떤 날도 똑같은 날씨가 없다. 신기하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하늘도 없고. 그런 점들을 감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면 매일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느낌이다. 



쨍한 날은,

설명이 필요할까? 쨍하고 해가 떠있는 화창한 날씨를 싫어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같은 여름이면 너무 뜨겁고 눈부셔서 미간을 찌푸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참 너무 좋다. 어쩜 이렇게도 뜨끈뜨끈할 수 있을까. 나만 신기할까. 하늘은 파랗고 햇빛은 노랗고 구름은 하얀 날.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기분. 이루 말할 수 없이 맑고 청량한 공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걸. 

 

푸른 하늘 사이에 흰 구름은 상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쨍한 날을 마주쳤을 땐 '오늘 행운이다!'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날씨가 쨍하다는 건 내가 어떤 활동을 하든 제약이 적다는 뜻. 그날은 환경조차도 나를 도와준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더 잘 살아보려 해본다. 좋은 날씨만큼 더 좋은 마음을 가져보려는 것. 쨍한 날의 엄청난 영향력이다. 



구름 낀 날은,

하늘이 회색이다. 미세먼지가 껴서 뿌연 그런 회색 말고, 구름이 꾸덕꾸덕하게 끼여있는 모습을 한 회색. 그런 날은 시원하고 온 세상이 그늘이라 참 선선하다. 하늘색이란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회색빛. 하늘색은 연 파란색일까 회색일까 아님 둘 다일까? 어쨌든 다 하늘색인 건데. 생각해 보니 재밌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큰 이슈가 되었던 몇년 전. 당시 아이가 많이 어려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회색빛 하늘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가 나중에 하늘색은 회색이라고 말하면 어쩌지 하는... 그래서 이민도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많았다. 하지만 딱히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포기했다. 안타깝긴 하더라도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기에. 또 어떤날은 분명 파란하늘도 보여주니까. 우리 아이에겐 하늘색이라는 게 다양하게 생각되겠구나 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다같이 노력해서 푸른 하늘만 보며 살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가능성이 낮으니, 내 삶 안에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서로에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비 오는 날은,

쏴아아아아아. 비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공기 중에, 그리고 땅 위에 더러운 것들을 모조리 다 씻어내 주는 개운한 느낌. 저 빗물 먹고 우리 동네 나무들은 얼마나 쑥쑥 잘 클까? 식물이지만 비 오는 날을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날. 그런 날이다. 장마처럼 비를 쏟아내는 날이면 안전 문제로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비가 주는 속 시원함은 그 어떤 날씨도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의 최고치이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밖에 돌아다니기가 불편하니까 싫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타닥타닥 부딪히는 소리도 좋고, 특유의 비냄새도 참 좋다. 오히려 비를 만나는 게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 ​

오늘은 비가 온다. 아니 왔다가 안 왔다가 한다. 흐리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참 좋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고 눈으로 밖을 보고 날씨를 느끼고 감정을 적을 수 있는 이 상황이 내겐 너무나도 감사하다. 참 소중한 내 인생. 그리고 내 곁에 모든 사람들. 너무나 감사한 지금이다.